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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박상욱의 기후 1.5] '바른' 에너지 찾기2023-11-28 22:11
작성자 Level 10

'먼 미래'에서 '내 일'로 찾아온 기후변화 (31)우리가 '웰빙'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바른 먹거리'입니다. 건강한 삶을 살아가려면 먼저 우리가 먹는 것부터 신경써야 하는 거죠. 마찬가지로 '기후변화'를 이야기할 때, 뺄 수 없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바른' 에너지입니다.

그린 뉴딜과 함께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다시금 떠오르고 있습니다. 단순히 하나의 '키워드'로 정부부처나 우리 사회에서 거론되는 것을 넘어 경제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겁니다. 정부의 정책, 관련 기업에 대한 투자, 주식 시장 등등… 재생에너지의 확대를 앞둔 시점에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실제 정책의 취지에 맞는 '바른' 에너지로 관심과 자원, 돈과 인력이 집중되는지의 여부입니다. 이 부분은 처음 정책을 설계할 때에도 중요하지만 정책이 시행되는 과정에서도 잘 살펴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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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해 정부는 일종의 보조금을 지급합니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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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의 비중을 살펴보면, 어떤 신재생에너지로 자본과 자원이 집중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어떤 에너지원에 REC의 발급이 집중됐는지 알 수 있는 통계자료입니다. 노란색의 태양광 비중이 커지는 것도 눈에 띄지만, 빨간색의 바이오에너지는 2014년부터 줄곧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지금껏 우리가 재생에너지를 이야기하면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만 떠올렸는데, 정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따로 있었던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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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한국에너지공단)


바이오에너지는 지난주에도 소개해드렸듯 바이오매스와 바이오가스, 기타 바이오로 구성이 됩니다. 그렇다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바이오에너지 중에선 무엇이 주를 이뤘을까요. 농작물? 가축배설물? 음식쓰레기? 아니면 나무?

기후솔루션은 "바이오매스가 기후변화를 막을 수 있을까?: 한국 바이오매스 정책의 현주소와 문제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바이오에너지 발전을 면밀히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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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에너지의 대부분은 목재 팰릿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바이오에너지라 함은 사실상 '목재 팰릿 화력 발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통상 우리가 재생에너지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표현이 있습니다. '지속가능'과 '자립'입니다. 기존의 발전 방식은 지속가능하지 않을뿐더러 에너지 자립 측면에서도 수출 의존도가 높죠. 반면 바람은, 햇빛은 수입에 기댈 필요가 없습니다. 국제적인 경제상황에 가격이 요동칠 걱정도 없고요.

그렇다면, 도대체 이 많은 팰릿은 어디서 오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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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기후솔루션)



많게는 98%의 목재 팰릿이 바다 건너 외국에서 들어옵니다. 자연적으로 발생되는 폐목이 아닌, 발전을 목적으로 해외에서 들여오는 나무를 태우는 셈이죠.

청정에너지라는 이름표 덕분에 REC를 받아 수익을 낼 수 있는 만큼, 해마다 목재 팰릿의 수입량은 늘어갔습니다. 또, 기성 발전업체들도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를 충족시키기 위해 손쉬운 목재 팰릿 수입을 통해 전기를 만들어냈습니다.

미국 천연자원보호위원회(NRDC)는 "바이오매스를 태우는 것은 도리어 화석연료와 비교했을 때 온실가스를 더 내뿜는다"며 "한국의 숲 생태를 악화시킬뿐더러 건강한 재생에너지의 확대를 막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우리나라의 기후솔루션 역시 "연소 과정에서 석탄발전보다도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대기오염물질 역시 여타의 화석연료 발전소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기후변화 대응과 대기오염 문제 해결의 대안이 될 수 없다"고도 분석했습니다. 에너지 자립 측면에서도, 청정성 측면에서도 목재 팰릿에 대한 지적이 나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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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NRDC, 기후솔루션)



NRDC는 〈 목재 팰릿이 친환경이라고 생각하는가? 다시 생각하라 〉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목재 팰릿을 활용한 발전과 석탄 또는 가스를 활용한 발전의 탄소배출량을 비교했습니다. 하나의 목재 팰릿 발전소가 비로소 '친환경' 소리를 듣기까지엔 약 70년이 걸립니다. 그리고 초기 50년까진 그 어떤 화력발전보다 더 많은 온실 가스를 내뿜고요.

의도와 무관하게 이처럼 꼼수 아닌 꼼수가 발생한 상황입니다. 마치 근무시간을 줄이되 부족한 노동력은 새로운 채용을 통해 채우라는 취지의 '주 52시간 근무제'가 '근무 시간은 그대로, 야근 수당은 제로(0)로'라는 결과를 불러온 것, 반드시 휴가를 가라고 '의무휴가제'를 도입했더니 휴가는 휴가대로 못 가고 연차수당은 연차수당대로 못 받는 결과를 불러온 것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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